
전기차가 정체 구간에서 아주 천천히 전진할 때, 운전자는 가속 페달을 거의 밟지 않아도 차량이 부드럽게 움직이기를 기대합니다. 이때 체감되는 미세한 덜컥임이나 울컥거림의 원인은 인버터 제어만이 아니라, 구동 모터 로터 내부의 자속 편차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로터 자속 편차가 저속 크리핑 토크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전자기적·제어적 관점에서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저속 크리핑 토크가 까다로운 이유
크리핑 구간은 모터가 매우 낮은 회전수에서 거의 정지에 가까운 상태로 토크를 출력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이때 요구되는 토크는 크지 않지만,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토크가 조금만 출렁여도 차량은 즉시 울컥거리며, 승차감 저하로 이어집니다.
문제는 이 영역에서 모터가 만들어내는 토크가 전자기적 이상 요소에 가장 민감해진다는 점입니다.
로터 자속의 이상적인 상태
이상적인 전기차 구동 모터에서는 로터 자속이 회전 각도에 따라 균일하게 분포합니다. 자속이 균일하면, 고정자 전류가 만들어내는 회전자력과의 상호작용도 일정해지고, 결과적으로 토크가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즉, 저속에서 안정적인 크리핑 토크를 만들기 위한 전제 조건은 각도에 따른 자속의 균일성입니다.
로터 자속 편차란 무엇인가
로터 자속 편차는 로터 회전 각도에 따라 자속 밀도가 일정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는
자석 자화 편차
자석 배열 오차
로터 철심의 비대칭
열 이력에 따른 자속 열화
등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이 편차는 고속 회전에서는 평균화되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저속 영역에서는 토크 변화로 그대로 노출됩니다.
자속 편차가 토크 리플로 이어지는 과정
모터 토크는 기본적으로 자속과 전류의 곱으로 결정됩니다. 로터 자속이 각도별로 달라지면, 동일한 전류 명령을 주더라도 실제 발생 토크는 각도마다 달라집니다.
저속 크리핑 구간에서는
전류 크기가 작고
회전 속도가 느리며
관성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미세한 토크 차이가 그대로 차량 움직임에 반영됩니다. 그 결과 일정한 전진이 아니라, 토크 리플에 따른 미세한 전후 진동이 발생합니다.
제어 관점에서 문제가 커지는 이유
인버터 제어는 일반적으로 평균적인 모터 모델을 기준으로 설계됩니다. 로터 자속이 균일하다는 가정 하에서 전류 명령을 계산하기 때문에, 자속 편차가 존재하면 제어기 입장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토크 오차로 인식됩니다.
특히 저속 영역에서는
전류 센싱 해상도 한계
속도 추정 오차
위치 추정 노이즈
가 겹치면서 자속 편차에 대한 보상 능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크리핑 토크에서의 비선형 증폭 현상
자속 편차는 단순히 토크 크기만 흔들지 않습니다. 저속에서는 토크 변화가 차량 저항 토크, 감속기 백래시, 타이어 정지 마찰과 결합되며 비선형적으로 증폭됩니다.
이로 인해
토크는 연속인데
차량 거동은 불연속적으로 느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운전자가 느끼는 울컥거림은 이 복합 효과의 결과입니다.
온도와 자속 편차의 상호작용
저속 크리핑은 주로 정체 구간이나 주차 환경에서 발생하며, 이때 모터는 고온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석은 온도에 따라 자속이 감소하고, 자화 불균일이 더 도드라질 수 있습니다.
즉,
고온 상태
저속 회전
저전류 제어
가 겹치는 조건에서 자속 편차의 영향은 더욱 커집니다.
소프트웨어 보상 한계
일부 전기차는 저속 영역에서 토크 맵 보정이나 리플 보상 알고리즘을 적용합니다. 하지만 자속 편차는 각 모터 개체마다 다르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완벽한 보상은 어렵습니다.
결국 소프트웨어 보상은
기본 설계 품질이 확보된 상태에서만
효과를 발휘합니다.
로터 자속 편차가 큰 경우, 제어 보상은 임시 완화 수단에 그칠 수 있습니다.
설계 단계에서의 핵심 포인트
저속 크리핑 토크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석 자화 균일도 관리
로터 조립 정밀도 확보
자속 분포 시뮬레이션 기반 설계
저속 토크 리플 최소화 구조
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의 품질 차이가, 실제 주행 체감에서 매우 크게 나타납니다.
사용자가 느끼는 품질의 본질
운전자는 “토크 리플”이나 “자속 편차”를 인식하지 않습니다. 대신
브레이크를 살짝 풀었을 때의 부드러움
정체 구간에서의 자연스러운 전진
페달 조작 없이 이어지는 움직임
으로 전기차 품질을 판단합니다.
이 감각의 상당 부분은 로터 자속 균일성에서 시작됩니다.
정리
전기차 구동 모터 로터 자속 편차는 저속 크리핑 토크 안정성을 직접적으로 흔드는 핵심 요인입니다. 고속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자속 불균일이, 저속·저전류·고온 조건에서 토크 리플로 증폭되어 체감 품질을 좌우합니다. 결국 부드러운 크리핑 성능은 인버터 제어 이전에, 로터 자속을 얼마나 균일하게 설계하고 관리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